[창간 34주년 특집] 인바운드 재조명①주한 외국인 활용법 | 가이드북 밖으로 흩어지는 발길…인바운드의 새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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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운드 재조명 | 세계적인 K-컬처 열풍과 원화 약세에 따른 한국여행 가격경쟁력 제고, 정부와 인바운드 업계의 적극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올해 들어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당초 2030년 목표였던 외래객 3,000만명 유치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인바운드 부문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영속적인 체계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다각도로 살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약 258만명, 전체 인구의 5%에 이른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그리는 여행 지도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한국’과 다르다. 관광객이 명동에서 쇼핑하고 경복궁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거주 외국인들은 기차와 시외버스를 갈아타며 지방으로 흩어진다. 거주 외국인을 직접 만나 이들의 여행을 들여다보고, 한국관광공사의 ‘주한 외국인 관광시장 실태조사’ 보고서를 분석했다.
서울 대신, 나만의 한국 여행
스페인에서 온 실비아(Silvia)씨의 올해 한국 여행에는 서울이 없다. 담양, 전주, 속초, 영월까지, 어학연수로 머무는 시간을 쪼개 다닌 곳은 모두 지방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라일로(Laylo)씨도 명동과 홍대, 한강은 이미 여러 번 가봤다. 그는 이제 서울에서도 덜 알려진 골목을 찾고, 휴일이면 친구들과 대부도 같은 근교로 떠난다. 라일로씨는 “짧게 방문하면 한국의 진짜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거의 2년을 살았는데도 매일 새로 배우는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샤미(Syamy)씨는 친구들과 제주 여행을 준비하며 다음 목적지를 그리고 있다. 중국에서 온 조이(Zoe Zhen)씨도 “관광객으로 왔을 때는 유명 관광지 중심으로 다녔지만, 지금은 현지 사람들의 일상과 지역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을 더 좋아하게 됐다”라며 “작은 도시나 지역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동선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4년 11월~2025년 10월) 국내 체류 외국인 1,000명 가운데 당일 여행을 경험한 비율은 69.1%, 숙박여행은 58.8%였다. 주한 외국인 10명 중 7명가량이 국내를 여행한 셈이다. 이들의 93.8%는 패키지가 아닌 개별여행을 택했고, 여행 활동으로는 자연·풍경 감상(85.7%)과 음식(64.2%)을 가장 많이 꼽았다. 1회 1인당 평균 여행 경비는 약 26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여행지 분포에서도 ‘탈서울’ 경향이 뚜렷하다. 당일여행은 경기(36%)·서울(30.8%) 등 수도권 비중이 높지만, 숙박여행은 강원(27.7%)·부산(27.4%)·제주(20.8%) 순으로 비수도권이 앞섰다. 멀고 오래 머무는 여행일수록 서울을 벗어난다는 의미다.
거주 외국인들이 가본 적 없는 도시의 정보를 얻는 통로는 SNS였다. 라일로씨와 샤미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외국인 대상 여행 모임 정보를 얻고, 실비아씨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취향에 맞는 도시를 찾는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마리나(Marina Khe)씨도 “인스타그램에서 영감을 얻고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찾는다”라고 전했다. 조이씨 역시 인스타그램 여행 크리에이터의 릴스를 보며 여행지를 선택한다. 실태조사에서도 국내여행 정보 수집 경로(1순위 기준)는 인터넷 사이트·모바일 앱이 75.4%로 가장 높았고, 주변인(14.2%)이나 기사 및 방송(2.6%)을 크게 앞섰다.
문제는 그 정보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실비아씨는 “SNS에 나오는 외국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대부분 서울만 간다”라며 “다른 도시 정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어학원 교사에게 추천받아 빈틈을 메운다고 했다.
대신 서울을 벗어나면 불편이 시작된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실비아씨는 숙소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스페인에서는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숙박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인 입장에서 어떤 채널을 믿고 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라며 “가격에 비해 시설 수준이 아쉬운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샤미씨에게는 음식이 벽이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그는 “고기를 못 먹어 도시 밖으로 나가면 식당 찾기가 가장 힘들다”라며 “결국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라일로씨는 교통을 들었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긴 집라인이 있는 경남 하동군 금남면에 가보고 싶었지만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해 번번이 미뤄왔다고 했다. 라일로씨는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가는 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 계속 미루게 된다”라고 말했다. 조이씨는 예약·결제를 들었다. 그는 “관광지 예약이나 입장권 예매 과정이 복잡하고, 결제 방식이 다양해 처음 이용하는 외국인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본인 인증 오류로 어려움을 겪거나 국내 카드만 받는 곳이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리나씨는 언어를 들었다. 그는 지방에서 길 찾기와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며, 바꾸고 싶은 한 가지로 ‘지방의 영어 정보’를 꼽았다. 다국어 정보에 대한 아쉬움은 공통으로 짚은 대목이었다. 여행 정보가 여러 언어로 제공되면 외국인도 지방 여행지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거주 외국인이 비수도권으로 향한다는 통계 이면에, 지방의 숙소, 교통, 음식, 언어, 결제 환경이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자리한다.
반면 수도권 안에서는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실비아씨는 “어디를 가든 기차나 버스로 저렴한 표를 살 수 있고 교통이 편리하고 깨끗하다”라고 했고, 라일로씨는 국내 길 찾기 앱의 편리함을 높이 평가했다.

본국으로 한국을 실어 나르는 ‘매개자’
거주 외국인은 여행 소비자인 동시에 본국에 한국을 알리는 통로이기도 하다. 실비아씨가 영월에서의 하루를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친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의 친구들은 라일로씨의 게시물을 보고 “한국에 가서 바다를 보고 싶다”라고 말한다고 했다. 라일로씨가 한국에서 지내는 모습을 본 친구 중에는 한국 유학을 결심해 장학금을 준비하는 이들도 생겼다. 조이씨의 친구들도 그의 게시물을 보고 서울 밖에 이렇게 다양한 여행지가 있다는 데 관심을 보이며 여행 코스 추천을 부탁하곤 했다.
이런 가능성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의 ‘주한 외국인 관광시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한 외국인의 85.9%가 1년 이내 국내여행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66.3%는 본국의 친구나 지인을 한국으로 초청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주한 외국인을 ‘인바운드 관광 매개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역할을 숨은 명소를 안내하는 현지 가이드, 한국을 알리는 앰배서더로 분류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주한 외국인을 독립적인 관광 수요층이자 신규 방한 매개층으로 보고 있다”라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체류 외국인 맞춤형 지역관광 콘텐츠 개발과 연계 마케팅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이미 주한 외국인 인플루언서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광 수용태세 모니터링과 본국 친구·친척을 초청하는 VFR(Visiting Friends & Relatives) 여행을 중심으로 관련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258만명에 이르는 주한 외국인은 거대한 국내여행 수요층이자, 본국에 한국을 전하는 통로다. 다만 이들이 향하는 지방의 여행 환경은 아직 그 수요를 충분히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여행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마리나씨는 “지방을 가도 편리한 것이 많아 사람을 배려해 만든 곳 같다”라고 했다. 거주 외국인이 그리는 ‘진짜 한국 여행’ 지도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인바운드 시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한 외국인이 그린 ‘진짜 한국 여행’
실비아(Silvia) | 스페인
발길은 늘 서울 밖
올해 다닌 곳은 모두 서울 밖이었다. 담양과 전주, 속초, 영월을 다녀왔다. 여행지 정보는 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찾는데, 외국인 콘텐츠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어 다른 지역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가장 불편한 건 숙소다. 경치 좋은 곳은 산자락에 있어 침대조차 없는 데가 많은데 가격은 비싸다. 다만 수도권 교통은 저렴하고 편리해 마음에 든다.
라일로(Laylo) | 우즈베키스탄
덜 알려진 골목에 진짜 한국이
명동과 홍대, 한강은 이미 여러 번 가봤다. 이제는 덜 알려진 골목을 찾아다닌다. 짧게 다녀가서는 모르는 한국을, 살면서 매일 새로 배운다. 길 찾기는 네이버 지도가 정말 편리하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긴 집라인이 있는 경남 하동은 가보고 싶은데, 교통이 복잡해 자꾸 미루게 된다.
샤미(Syamy) | 말레이시아
고기 없는 밥상을 찾아서
요즘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며 함께 비용을 모으고 있다. 여행 정보는 인스타그램의 외국인 여행 모임에서 얻는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다 보니 식당에는 돼지고기 메뉴가 많은데, 도시를 벗어나면 마땅한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그럴 때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한다.
마리나(Marina Khe) | 카자흐스탄
지방에도 영어 정보가 있었으면
최근 며칠간 부산에 머물며 광안리의 바다 풍경을 즐겼다. 정보는 인스타그램에서 영감을 얻은 뒤 네이버와 유튜브에서 구체적으로 찾는다. 지방에서는 길 찾기와 의사소통이 어렵다. 가장 바꾸고 싶은 건 지방의 영어 정보다. 그래도 지방에 가도 편리한 것이 많아 사람을 배려해 만든 곳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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