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의 관광 시론] 한국 관광, 다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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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최근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지켜본 관광업계의 반응은 실망과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국무총리까지 참석한 자리였지만, 회의는 형식에 치우쳤고, 산업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는 공허하게 흩어졌다. 관광이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면, 지금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되짚고, 강력한 국가 관광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는 관광을 외화 획득을 위한 수출 산업으로 인식하고, 국가 주도의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은 관광 인프라의 혁신이었고, 경주·제주·설악 등지에 조성된 관광단지는 관광의 혁신과 지역 경제를 견인했다. 한국민속촌·에버랜드 등 지금도 사랑받는 콘텐츠들이 이 시기에 태동했다. 정부는 바가지요금 근절과 관광 부패 방지를 위해 노력했고,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체계적인 산업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강력한 정부의 리더십과 체계적 전략은 한국 관광의 급성장을 이끈 제도적 토대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 관광정책은 일관성과 대담함을 잃어버린 채 표류해왔다. 장기적 투자와 리더십은 약화 되었고, 관광은 업계의 헌신적 노력에도 여전히 사치성 소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 관광 활성화조차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산발적으로 무질서하게 추진됐고, 생뚱맞은 외국 사례 카피와 전문성 부족과 보여주기식 정책이 반복됐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관광업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은 미흡했고, 관광업계는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정부는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관광수입 120조 원 같은 숫자 중심의 목표를 내세우지만, 재방문율과 1인당 지출액은 오히려 하락 중이다.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보다는 단기 성과에 집착한 결과다. 타 부처가 발표한 관광연계 특화 정책도 이름만 바뀐 채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한국보다 외국인 관광객수에서 적었던(한국 1,217만 명 vs 일본 1,036만 명) 일본의 역전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베 정부는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고, 총리가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하며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에 나섰고, 그 결과 2024년 3,690만 명 유치에 700조 원의 관광수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관광이 국가 성장과 지역 살리기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 관광산업이 다시 도약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관광을 명확히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위상과 업무 강화를 넘어 대통령이 주재하는 범국가적 컨트롤 타워를 마련하고, 전 부처가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관광비서관의 부활도 필요하다. 둘째,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대규모 투자 확대와 함께, K-컬처를 넘어선 고품질 콘텐츠 개발, 외국인 관광객을 응대할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법적·재정적 보호 장치도 제조업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셋째, 업계의 자정 노력과 주도적 협력이 중요하다. 공동체 및 역사 의식,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AI 시대를 맞아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장기적 투자와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 관광은 한류와 문화 강국이라는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형식적인 회의에 머물며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정부와 업계 모두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대대적인 혁신만이 한국 관광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끌 수 있다. 관광산업의 재도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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