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호의 관광 개발 이야기] 도시를 재정의하는 ‘엔터테인먼트 관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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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한 아티스트의 공연이 개최 도시의 호텔 점유율과 객실 단가를 높이고, 항공·외식·소매 매출을 동반 상승시키며 글로벌 미디어 노출을 확대하는 현상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는 음악 산업의 흥행이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변수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른바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Swiftonomics)’와 ‘스위프트케이션(Swift-cations)’은 문화 콘텐츠가 단순한 부가적 소비재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경제의 흐름을 재편하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을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용어가 바로 ‘엔터테인먼트 관광(Entertainment Tourism)’이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 소비를 위한 이동을 넘어 숙박, 쇼핑, 뷰티, 지역 상권이 연쇄적으로 반응하는 ‘복합 소비 생태계’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단순한 공간 제공자를 넘어 문화적 상징자본(Symbolic Capital)을 획득하는 주체로 거듭난다. 방문자 경제(Visitor Economy)의 활성화는 물론, 체류 기간의 확장과 도시 경험의 축적이라는 구조적 전환을 이끄는 것이다. 즉, 엔터테인먼트 관광은 도시 인프라 위에 문화 소프트웨어를 입혀 가치를 극대화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실제로 엔터테인먼트 관광의 파괴력은 올림픽이나 슈퍼볼 같은 전통적인 메가 이벤트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3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단 이틀간의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은 북미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의 지역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블룸버그(Bloomberg)가 인용한 럭셔리 여행사 엠바크 비욘드의 분석 역시 놀랍다. 2024년 5월 파리 공연 기간 미국인 관광객의 예약 건수는 같은 해 파리 올림픽 기간보다 무려 다섯 배나 높았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전제되는 올림픽이 국가 주도의 장기 프로젝트라면, 엔터테인먼트 관광은 콘텐츠의 힘만으로 도시 전체를 테마파크화하는 ‘저비용·고효율의 경제 모델’인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3월 예정된 BTS의 광화문 공연은 서울의 도시관광 전략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광화문은 서울의 역사적 정통성과 현대적 역동성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특히 이번 공연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대중음악 행사를 넘어 서울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드를 글로벌 무대에 동시에 드러내는 ‘글로벌 쇼케이스’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단순한 ‘이벤트’의 범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K-컬처 열풍으로 글로벌 시선이 한국에 집중된 지금, 이번 공연은 서울의 매력을 통합적으로 선보일 최적의 기회다. 해외 방문객의 시선이 공연장을 넘어 서울의 일상적 거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정교한 동선 설계가 필요하다. 공연 이전의 ‘기대 경험’과 공연 이후의 ‘체류 경험’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하여, 서울의 골목 상권과 문화 공간이 글로벌 팬들과 만나는 접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을 일회성 행사로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방문객의 이동과 체류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 공연 일정과 연계한 스마트 교통·관광 정보 제공, 소상공인과 협업한 로컬 프로그램, 그리고 공연 이후 재방문을 유도하는 디지털 콘텐츠 연계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장치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엔터테인먼트 관광은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축적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운영 전략을 넘어, 도시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확장하는 정책적 접근이다.
엔터테인먼트 관광의 핵심 가치는 단기적인 소비 지표가 아니라, 도시가 기억되는 방식에 있다. 공연을 계기로 방문객이 서울의 거리와 문화를 실제로 체감하고, 그 기억이 다시 서울을 찾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본질이 있다. 문화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경험이 지역 경제의 활력으로 치환될 때, 이벤트는 비로소 도시의 장기적 자산이 된다. 2026년 3월, BTS의 광화문 공연은 서울이 ‘공연이 열리는 장소’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인에게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기억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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