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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식적인 바가지요금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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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고은 기자
손고은 기자

 

최근 중동 사태 여파로 3월 유럽행 왕복항공권 가격이 평소의 3~4배인 4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3월은 항공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동 항공사들이 제한적으로 운항하게 되면서 수요가 다른 항공사들로 분산된 탓이다. 제한된 공급 속 수요가 몰리니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수배로 올렸고, 소비자들은 자유 경제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 면에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바가지요금 근절 대책’을 살펴보며 아쉬움이 컸다. 이번 대책은 최근 방탄소년단(BTS) 공연 일정에 맞춰 평소 대비 숙박비를 10배 이상 올린 업소들이 논란이 되며 마련됐다. 정부는 숙소들을 대상으로 사전에 가격을 표시하고 준수하는 의무를 확대하고 ‘바가지 안심 가격제’를 도입하며, 일방적 예약 취소 시 영업 정지나 숙박세일페스타 참여 제한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정작 숙박업 현장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바가지요금과 합당한 가격 사이의 기준이 너무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 맹점으로 꼽혔다. ‘과도한 가격’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실익이 불투명한 민간 주도의 자율 가이드에 과연 어떤 업주가 선뜻 동참하겠느냐는 현실적인 의문도 뒤따랐다. 어차피 평소 판매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정상가’로 공시해두고 할인율만 조정하는 식의 대응을 막을 기준도 사실상 찾기 어려웠다. 더 높은 수익을 위해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일부 숙소도 있겠지만, 여러 예약 채널을 관리하는 채널 매니저 시스템(CMS)이 동시간대에 집중돼 실시간으로 처리하지 못해 발생한 오버부킹을 처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예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또 어떻게 판단하고 처벌할 것인가. 이번 대책이 감정적인 잣대로 단속과 제재 수위만 높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빈축을 사게 된 이유다. 

혹자는 시스템을 통해 바가지요금을 받을 수 없는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처벌보다 숙박업소에게 실익으로 돌아갈 만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여행자로서 어딘가에서 비상식적인 바가지요금을 받아 들고 부들부들 떨었던 경험이 있다면, 국가 관광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고 가격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안정시키자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한다면, 숙박업계도 스스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선량한 업주들에게 불필요한 규제 스트레스를 키우지 않고, 건강한 시장 흐름을 조성하는 일. 숙박업계의 노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대책만으로는 뿌리 뽑기 어렵다. 이렇게 숙박업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일 또한 정부의 역할이고 말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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