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살랑살랑 미야기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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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기 글·사진=송요셉 기자 취재협조=미야기현
일본 미야기에 두 가지 새로운 길이 열렸다. 미야기 올레다.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골목길부터 자연이 만들어 굽이굽이 난 길 모두 만날 수 있어 미야기 속 이야기를 느끼기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살랑거리는 리본을 따라 발을 내딛다 보니 끝내 집에 도착했다.

역사길을 걷는다, 다가죠 코스
다가죠 코스는 JR 센세키센 다가죠역에서 시작한다. 도로 한복판에서의 도보 여행이 낯설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올레’의 취지에 딱 맞는다. 다가죠 코스는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일본 고대 문학의 무대를 지나 고대 동북의 거점 ‘다가성’의 남문으로 도착하는 약 8.5km 코스로, 1300년간 이어져 온 다양한 문화와 역사,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빗대자면, 경주에서 신라 역사를 느끼는 셈이다.
북적이는 지하철역을 지나오면, 곧장 고대 귀족들이 ‘와카(노래)’에 읊었던 장소 ‘노다 타마가와·오모와쿠 다리’가 길게 이어진다. 안쪽으로는 하천이 흐르고, 바깥으로는 주택가가 펼쳐진다. 지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낮은 담벼락 하나만을 두고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 주택과 좁은 골목, 친숙하게 다가오는 조경들로 인해 약 3km 구간에 나오는 다가죠 폐사 절터까지는 어렸을 적 살던 옛 동네를 걷는 기분이 든다.
다가죠 코스는 인상적인 풍경의 변화가 특징이다. 다가죠 폐사 절터를 기점으로 자연으로, 이어지는 동북 역사 박물관에서 다시 도시로, 또 자연을 지나 과거로 이어진다. 동북 역사 박물관은 잠시 멈춰가기 좋은 공간으로, 1300년간 동북 지역의 시간이 어떻게 쌓여졌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설이다. 또 자그마한 인공 호수가 있어 사색의 시간도 돕는다.

1300년의 역사를 피부로 느낄 차례다. 코스 후반부에는 유적의 스케일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데, 가장 먼저 맞이하는 다가죠 정청터는 일본 3대 사적으로 꼽히는 장소다. 나라·헤이안시대 무쓰국의 정무와 의식이 치러지던 자리로, 발밑의 흔적만으로 건물이 그려진다. 돌과 작은 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터의 끝에는 당시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줄 다가죠 남문이 크게 서있다. 2024년 다가성 창건 1300주년을 기념해 복원한 문으로, 당당하고 장엄한 모습이 돋보인다

체험의 올레, 자오·도갓타 온천 코스
에도시대부터 번성해 온 온천가 중심에서 시작하는 자오·도갓타 온천 코스는 체험거리로 가득하다. 코스 시작점인 자오 관광안내소에는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수가 흐르고, 마을 곳곳에 전통 공예품 ‘코케시’ 공방들이 있어 작품의 제작 환경을 볼 수도 있다. 주민들을 만나며 지역과 가까워지는 시작이다. 상점가를 벗어나 올레 코스를 잠시 따라가다 보면, 도호쿠 지방의 영봉 ‘자오연봉’과 도갓타 온천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지역을 품에 안은 기분이다.

굵은 강줄기 위에 놓인 코케시 다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올레가 시작된다. 가장 먼저 만나는 스폿은 코케시 전시관이다. 도갓타 온천이 코케시의 발상지로서 중요한 거점임을 알려주는 공간이다. 상설 전시만 5,500점에 이르고, 직접 코케시를 만들 수 있어 관람을 넘어 체험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전시실 뒤로는 코케시 장인들이 살아가는 마을이 조성돼있다. 목공예품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만큼 목공예 조상을 신으로 모시는 고레타카 신사가 마을 중심부에 자리해 있다. 특히 도리이가 도로와 숲길 경계에 위치해 있어 더욱 영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지나쳐 삶의 현장도 스친다. 숲길 끝에 나타나는 나노카하라 고원은 화산재 토양이 가득해 채소 재배가 활발하다. 올레 코스는 무밭 옆길을 따라 걷는데, 자연스레 밭을 관리하는 지역 주민과 정겨운 인사를 나누게 된다. 농작물 다음으로는 가축들이 나온다. 자오 하트랜드는 약 100ha 규모의 광활한 목장으로 염소 등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다가오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내리막을 따라 걷다 보면 금방 종점에 다다른다.
자오·도갓타 온천 코스 종점에는 자오 낙농 센터 치즈 캐빈이 있어 자오 치즈와 신선한 유제품, 수제 아이스크림 등을 맛볼 수 있어 올레의 마지막을 미식으로 장식할 수 있다. 종점과 시작점은 직선 도로로 연결돼있어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가 온천욕과 함께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시작점 인근에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인기 있는 온천 카미노유를 비롯해 공동욕장이 더러 있어 선택지도 다양하다.

▶미야기 올레
미야기 올레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역 회복을 돕자는 취지로 만든 길로, 이름에서와 같이 한국 제주올레의 자매길 형태다.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이라는 올레의 뜻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미야기의 지역 회복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길이다. 2018년 ▲게센누마·가라쿠와 ▲오쿠마츠시마 코스를 시작으로 ▲오사키·나루코 온천 ▲토메 ▲무라타 코스가 연이어 생겼다. 지난 11월에는 ▲자오·도갓타 온천 ▲다가죠 코스가 새로 개장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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