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의 관광 시론] 대중교통의 품격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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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선진국의 도시 집중률이 80%를 넘어섰다. 최근 관광 트렌드 역시 화려한 랜드마크 방문에서 벗어나,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도시 관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 출장 중 하루 이틀을 할애해 여행을 즐기는 블레저(Bleisure) 객들에게 정체로 도착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도로 상황은 치명적이다. 이들에게 정시성이 보장된 지하철과 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중교통의 천국이다. 촘촘한 노선망, 저렴한 요금, 쾌적한 환승 시스템은 외국인들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다. 며칠 전 수원에서 이용한 시내버스도 그러했다. 깨끗한 차내 환경은 물론, 영어와 주요 외국어로 송출되는 안내 방송과 LED 공지는 낯선 이방인에게 깊은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적 완벽함 뒤에 가려진 우리의 민낯을 마주할 때면, 관광인으로서 뼈아픈 성찰을 멈추기 어렵다.
한국의 대중교통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운영하는 휴먼 서비스와 이용하는 시민의식은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다. 때때로 마주하는 종사자들의 무뚝뚝한 응대와 경직된 태도는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외국어 안내가 아무리 완벽해도, 불친절한 눈빛 하나가 국가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도로 위의 관광버스는 그 자체로 달리는 광고판이다. 하지만 회사 이름이 선명하게 래핑된 차량이 차선을 넘나들며 난폭운전을 일삼는 모습은 해당 기업은 물론 한국 관광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독소 조항이 된다. 안전을 담보로 한 무리한 운행은 그 어떤 화려한 관광 콘텐츠보다도 여행객의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승객들의 낮은 시민의식이다. 임산부나 노약자 배려석을 당당히 차지한 젊은이들, 내리는 승객이 채 빠지기도 전에 밀고 들어오는 무례함, 공공장소에서의 큰 소리 통화나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쩍벌남의 행태까지. 이러한 풍경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당혹감을 넘어 우리 문화 수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소수의 이기심 어린 비매너가 한국 관광의 강력한 무기인 대중교통의 매력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대중교통이 진정한 관광 경쟁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고도화를 넘어 문화적 품격을 높이는 실사구시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종사자의 친절 서비스 마인드를 고취하는 전문 교육의 강화다. 대중교통은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관광 안내소다. 지자체와 운송업계는 종사자들이 글로벌 에티켓과 배려의 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서비스 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 친절한 미소와 안전 운전이 수조 원의 광고보다 더 강력한 유치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관광강국의 알려진 비밀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성숙한 이용 문화를 위한 범국민적 캠페인이다. 외래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앞둔 지금, 질서와 배려는 국가적 품격의 핵심 지표다. 언론, 교통기관, 여행사와 관광업계가 앞장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하고, 외국인들이 시스템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따뜻한 매너에 감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정책적 노력을 통한 관광 친화적 교통 생태계의 완성이다. 특히 국내 관광 활성화의 최대 분수령은 시외버스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에 있다. 현재의 시외버스 예매 및 티켓팅 절차는 내국인조차 이용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허다하다. 외래 관광객이나 장거리 운전을 꺼리는 노년층에게 지방 여행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핵심 열쇠는 바로 시외버스다. 복잡한 예약 플랫폼을 통합하고 현장의 외국어 안내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관광객들은 서울을 넘어 지방을 찾아가 한국 구석구석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이란 누구나 보편적인 이동의 복지를 누리는 나라다. 편리한 시외버스망은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관광 활성화를 잇는 가장 강력한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대중교통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장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거울이다. 소수의 준비되지 않은 비매너와 불편으로 인해 관광 선진국 코리아의 위상이 흔들리게 두어서는 안 된다. 대중교통이라는 실핏줄이 전국적으로 맑고 건강하게 흐를 때, 비로소 다시 오고 싶은 행복한 한국 여행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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