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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의 관광 개발 이야기] 한국 ‘미식 관광’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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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2024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OTT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흑백요리사’는 K-푸드를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파인다이닝과 셰프의 서사가 결합된 문화 자산으로 재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방한 관광의 여러 유형 중 ‘목적형 미식 관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자체와 유통업계가 앞다투어 ‘흑백 팝업스토어’를 여는 최근의 풍경은, 미식 관광이 ‘지역의 발견’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주변화한 채 ‘미디어 복제물’을 소비하는 표피적 국면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다.

오늘날 한국의 미식 관광지는 거대한 ‘야외 스튜디오’가 되었다. 강원도 양양의 서피비치부터 군산의 적산가옥 거리까지, 장소가 지닌 고유한 맥락은 희미해지고 그 자리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최적화된 이미지 중심의 상업 공간이 채운다. 관광객들은 지역의 역사나 식재료의 서사보다 ‘사진이 잘 나오는 조명’과 ‘성수동식 인테리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관광학자 딘 맥캐널(Dean MacCannell)이 경고했던 ‘무대화된 진정성(Staged Authenticity)’은 오늘날 한국의 미식 관광지에서 뚜렷하게 관찰된다. 자본이 투입된 세련된 ‘인스타 맛집’들이 급증하며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수십 년간 지역의 식문화를 지켜온 원주민 식당들은 소리 없이 밀려난다. 이른바 ‘미식 젠트리피케이션(Gastronomy Gentrification)’이다. 그 결과, 지역의 장소성은 파괴된다.

제주에서 파는 파스타가 연남동의 그것과 다를 바 없고, 경주의 황리단길에서 먹는 간식이 전주 한옥마을의 것과 동일할 때, 그 지역은 더 이상 미식 관광으로서 고유한 매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인기 순위’의 영향력이 미식 관광 전반에 절대적으로 커지면서, 지역 고유의 맛은 제거되고 다양성은 사라진 채 ‘전국적 획일화’라는 결과만을 남긴다.

반면, 일본 교토는 미식 관광을 화려한 ‘맛집 소비’가 아니라 시간이 축적된 생활문화의 체험으로 다뤄온 도시다. 이곳의 노포는 오래된 식당이 아니라 계절과 재료, 장인의 삶이 응축된 문화 자산이며, 관광객은 음식을 소비하기보다 그 맥락에 참여하도록 안내된다. 교토의 사례는 미식 관광의 지속 가능성이 연출이나 이벤트가 아니라, 시간과 관계를 존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세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án)은 더 정교한 접근을 취한다. 이들은 ‘바스크 컬리너리 센터(Basque Culinary Center)’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요리사, 지역 농민이 참여하는 강력한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바스크어(Euskara)와 전통 조리법, 그리고 지역 식재료를 보존하는 것을 관광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 상업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이들의 ‘미식 헤리티지’ 전략은 전 세계 미식가들을 불러모으는 ‘실존적 진정성(Existential Authenticity)’의 원천이 되었다.

우리의 미식 관광이 ‘이미지 중심의 소비’를 넘어 지속 가능해지려면, 이제 ‘실존적 진정성’을 지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관광은 화려한 연출을 넘어 지역의 실제 맥락을 인식하고 경험할수록, 일회적 소비를 넘어 의미와 관계가 축적되는 체험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는 단발성 팝업스토어나 화려한 조형물 설치에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지역 ‘노포’의 가치를 기록화하고 로컬 푸드 밸류체인을 복원하는 본질적인 과업에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 역시 ‘줄 서는 맛집’의 화제성에 머무르기보다, 그 이면에 축적된 지역의 역사와 서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미식 관광의 가치는 미각적 충족을 넘어, 한 지역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온 사람과 문화, 그리고 기억의 총체적 서사를 향유하는 데 있다.

2026년, 한국 미식 관광의 과제는 분명하다. 외형적 노출의 규모가 아니라, 지역의 맥락이 얼마나 깊이 전달되었는가가 성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이 이루어질 때, 한국의 미식 관광은 미디어 소비를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

 

고성호 (사)한국관광레저학회 부회장 관광학 박사

코오롱글로벌(주) 레저사업본부 기획 담당 / cityko@gmail.com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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