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2026] 항공 부문②전문가 칼럼 | 항공권 유통의 지형 변화 : 보이지 않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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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출해(借船出海)
변화의 국면에서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그리고 그 차이는 종종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구조를 어떻게 해석했는가에서 나온다. 지금 항공권 유통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가장 먼저 기회로 읽고 선택한 사례가 있다. 중국에서 출발한 한 글로벌 OTA로, 미국과 유럽의 거대 OTA들에 비해 후발 주자였던 이 기업은 정면 승부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을 택했고,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차선출해(借船出海)’이다. 내 배를 직접 만들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는 뜻으로, 내 배인 자체 플랫폼 확장에 집착하지 않고 각 국가의 여행사 및 OTA와 제휴해 하나의 플랫폼 안에 또 다른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남의 배를 이용한 것이다. 이는 고객이 항공권을 검색하면 자사 요금뿐 아니라 현지 여행사의 요금까지 동시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써, 단일 공급원이 아닌 다중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결국 경쟁력 강화와 함께 거래량을 자체 플랫폼으로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과감한 선택이 더해졌다. 글로벌 메타서치 플랫폼 인수를 통해 전 세계 수요를 흡수했고, 글로벌 API 통합 기업인 트래블퓨전을 인수해 LCC API와 NDC 콘텐츠를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었다. 그 결과, 이 기업은 단순한 항공권 판매자가 아니라 경쟁 OTA와 여행사에게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유통의 허브로 자리 잡게 됐다. 메타, 플랫폼, 글로벌 유통 공급망. 항공권 유통의 세 가지 축이 하나로 결합된 순간이었다.
항공권 한 장의 모든 여정에 가치 부과…유통 구조의 재편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항공권 유통은 이토록 복잡해졌을까. 현장에서는 매일 같이 선택의 순간이 반복된다. 저렴한 항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항공사 API를 직접 연동할 것인지, 아니면 GDS가 제공하는 안정성과 인센티브 구조를 활용할 것인지, NDC(New Distribution Capability)를 준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과연 그것이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이 혼란은 단순히 항공권을 판매하는 순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판매 이후의 일정 변경, 환불, 부가서비스, 정산, 고객 응대까지, 항공권 한 장이 만들어내는 운영 부담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유통 구조의 변화는 곧 조직과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 복잡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항공사 비즈니스 모델의 분화에 있다. 비용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LCC는 API를 통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고 직접 통제 가능한 판매망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반면 FSC(Full Service Carrier)가 추진한 IATA NDC는 단순한 유통비 절감 전략과는 성격이 다르다. IATA가 기획한 NDC의 본질은 메시지 포맷의 표준화가 전부가 아니다. 그 핵심은 Offer, Order, Settlement, Delivery, 즉 ‘OOSD’로 불리는 항공권 판매 전 과정의 재설계에 있다. 검색, 판매, 서비스 제공, 정산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분절된 구조를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다.
Offer는 더 이상 좌석 그 자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좌석, 수하물, 기내식, 우선 탑승을 고객별로 조합해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구성하고 이를 가격으로 제시한다. Order는 PNR, 티켓, EMD로 나뉘어 있던 거래 구조를 하나의 주문 단위로 통합해 발권과 재발행, 정산 과정의 비효율을 줄인다. Delivery 단계에서 실제 제공된 서비스가 이벤트 단위로 명확히 기록되면, 정산과 회계의 정확성 역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결국 NDC가 지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항공권 판매와 서비스 제공이 분리되어 있던 과거의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이 항공권을 구매하고 여행을 마칠 때까지의 전 과정에 일관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다른 여행 서비스와의 결합이 쉬워지고 AI 기반 운영 자동화 또한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아시아 주요 시장,
아직 설계되지 않은 유통 구조
항공권 판매 시장에서 한국은 아시아 주요 마켓으로 꼽힌다. 그러나 유통 구조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저렴한 항공권을 만들어내는 영업·마케팅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복잡한 유통 구조를 장기적으로 설계하고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측면에서는 공백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회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항공권 유통의 복잡성과 비효율 그리고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환경은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제 항공 유통은 단순한 판매 채널 경쟁이 아니다. 누가 공급망을 통제하는가, 누가 기술 구조를 설계하는가, 그리고 누가 트랜잭션과 결제 흐름을 장악하는가의 경쟁으로 그 본질이 이동하고 있다.
항공권 유통의 승자는 더 이상 ‘가장 싸게 파는 곳’이 아니게 될 것이다. 더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곳, 거대한 거래 흐름을 통제하는 곳 그리고 NDC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기능이 아닌 ‘구조’로 설계할 수 있는 곳에서 최종 승자가 탄생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시대로 들어섰다.

양박사: 항공·여행 IT 전략 칼럼니스트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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