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상어가 던진 관광의 질문 [고성호의 관광 개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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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말 하루 2,000명 남짓 찾던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 추석 당일에만 13만6,000명이 몰렸다. 추석 연휴 나흘간 46만8,000명, 집계 이후 55만 명이 넘게 다녀갔다. 인근 편의점 매출은 48.6%, 보조배터리 판매는 815.5% 늘었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도, 새로 지은 랜드마크도 아니었다. 도심 물길에 상어 한 마리가 나타났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 상어를 ‘부캉이’라 불렀고, 부산시는 명예홍보대사 위촉 시민투표까지 했다.
영국의 사회학자 존 어리(John Urry)는 ‘관광객의 시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일상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평범한 장소도 관광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캉이 현상은 이를 현실에서 보여줬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시선이 바뀌자 북항의 수변공간은 ‘상어가 나타나는 장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사람들을 움직였을까.
첫째는 희소성이다. 유명 관광지는 다음 달에도 갈 수 있지만, 부캉이는 내일 바다로 돌아갈지 모른다. ‘지금 아니면 못 본다’는 감정이 포모(FOMO·놓칠지 모른다는 불안)와 만나면서 ‘나도 가 볼까’ 하는 마음이 북항으로 이끌었다. 둘째는 비일상성이다. 사람들은 단지 상어라는 생물을 보러 간 것이 아니다. 부산역 인근 도심 물길에 상어가 나타났다는 상황 자체를 경험하러 간 것이다. 관광이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건너가는 경험이라면, 부캉이는 그 경계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열어 주었다. 셋째는 진정성이다. 상어를 제대로 보려면 수족관이 낫다. 그러나 수족관의 상어는 관람을 위해 준비된 대상이고, 북항의 상어는 누구도 연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져간 것은 상어 구경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사건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에 SNS가 불을 붙였다. 누군가 올린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북항을 찾고, 그들이 다시 영상을 올린다. 관광객이 관광자원을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하는 셈이다.
나는 이를 ‘창발적 관광 매력(Emergent Tourism Attraction)’이라 부르고 싶다. 창발은 개별 요소에는 없던 성질이 상호작용 속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어의 출현, 도심 수변공원, SNS 확산과 추석 연휴가 맞물리며 수십만 명을 움직이는 매력이 생겨났다. 공급자가 미리 기획하지 않았고, 관광객이 함께 만들며,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기존의 관광자원과 성격이 다르다. 관건은 이런 매력을 대하는 태도다. 2024년 일본 후지카와구치코에서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편의점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관광객이 몰렸다. 쓰레기와 무단침입, 교통안전 문제가 이어지자 결국 검은 가림막이 설치됐다. 부산에서는 부캉이가 도시의 이야기로 확장됐지만, 안전을 고려한 이동과 구조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창발적 매력은 발견만큼 관리도 중요하다.
이 장면은 관광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관광의 매력은 운영자가 기획한 시설과 프로그램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장소와 장면에 고객의 시선이 먼저 머물고, 그 관심이 새로운 관광 매력으로 확장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이미 생겨나는 매력을 얼마나 빨리 알아보느냐이다.
고객은 현장에서 운영자가 예상하지 못한 매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공들여 조성한 인테리어보다 객실이나 로비에서 보이는 전망을 더 높게 평가하고, 부대시설보다 산책로와 주변 경관을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점유율이나 객단가 같은 운영 지표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이 무엇을 구매했는지는 정확히 알지만, 무엇에 매력을 느꼈는지는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한정된 재원과 기존 시설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리조트 기업에게 매번 새로운 시설과 콘텐츠를 더하는 일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미 가진 공간 안에서 고객이 스스로 발견한 매력을 놓치지 않는 능력이다. 리뷰와 SNS의 위치 태그, 현장 직원의 한마디 속에서 가능성의 신호를 읽고, 이를 빠르게 고객 경험으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도심 물길의 상어는 이름을 얻는 순간 도시의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 현장에도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매력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관광의 매력은 때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알아보는 사람에 의해 발견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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